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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1 East Asian miracle or East Asian debacle ?

 20세기 후반부의 약 40여년에 걸쳐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 타일랜드,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룩한 경제발전의 성과는 인류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모든 국가에 있어 성장은 지속적이었으며 성장률은 매우 높았고 성장의 성과는 비교적 골고루 배분되었다. 50년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이들 국가가 그런 눈부신 정장을 이룩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기에 세계은행이 그것을 두고 동아시아의 기적이라고 불렀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기적이라며 놀라서 퍼부어 대던 칭찬은
1997년에 몰아닥친 외환위기의 거센 파도에 휩싸여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의 경제가 급격한 경제침체를 맞이하게 되자 그러면 그렇지 하는 비아냥거림으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가는 평가 속에서도 싱가포르, 홍콩, 대만, 중국 등 이른바 중극인이 주축이 된 경제는 위기를 거뜬히 방어한채 전과 같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음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해서 경제기적이 가능했으며 또 어떻게 되었기에 경제기적이 경제파국으로 돌변하였는가? 위기를 경험한 동아시아 국가에 있어 이 물음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기적과 위기를 경험한 국가의 공통점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였으며 대외지향적인 개방형 성장전략을 고수하였다. 둘째, 금융통제를 수단으로 하여 정부가 오랜 동안 경제운영을 주도해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한 가운데 대외지향적인 성장전략을 고수해왔다는 사실이 경제성장에 공헌하였음은 명백하다. 문제는 정부주도형 경제운영방식에 있다. 정부주도형 경제운영방식은 경제발전의 초기단계에서는 매우 유효한 방안이 된다. 그러나 경제가 성숙할수록, 경제의 국제화가 진전될수록, 그리고 기술의 발전속도가 빨라질수록 정부주도형 경제운영방식의 생산성은 현저하게 저하된다. 이 때가 되면 시장주도형으로 경제운영의 기본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오랫동안의 관행이었던 정부주도형 경제운영방식을 제 때에 탈피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의 동반부실화가 심화되었고 급기야는 국제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이라는 강풍을 맞아 위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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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맞아 경제위기를 맞았던 동아시아 국가들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다시금 소생의 조짐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급속한 경제회복은 세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회복이 일시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아직도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 중에서도 제일의 과제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시장경제체제를 건설하는 일이다.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함으로서 자유롭고 자율적이며 개방되어 있는 시장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하는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작업은 기존체제에서 이득을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막혀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다. 21세기의 한국경제에 대해 우려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서울대 이지순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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