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엄마에게 쓴 편지...
작은것을 사랑하는 나 2009. 12. 10. 17:32 |근 1년이 다되어갑니다.. 작년 12월23일 회사일도 그렇고 삶도 고단하여 엄마한테 하소연이라고 하고자 보내려고 썼던 메일입니다.. 당시 다 쓰고 보내려고 하다가 문득 그 전주에 병원에서 만났던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서... 메일 제목으로 "좀 나아지면 보내드리자고" 라고 지었습니다.. 이제 이 메일을 엄마가 아닌 다시 저한테 보내려고 합니다.

------------------------------------------------------------- 2008년 12월 23일 "좀 나아지면 보내드리자고" 엄마에게
오늘 아침에 시간이 좀 나서 메일 정리 하다가 예전에 엄마가 보냈던 메일들을 읽었네요..
미국에 있을때 많이 메일을 보냈던것 같네요.. 미국 갔다온지가 벌써 2년이 다 되가네요..
2008년도 얼마 안 있으면 다 지나가고.. 엄마랑 나랑 한살씩 더 먹지 싶네요..
한국와서 2년동안 뭐 별다른일 없다는것에 감사하기도 하고..한편으로는 별다른거 없이 살았다는것에 후회를 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나름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하는데, 항상 마음만 앞서다보니.. 걸림돌들이 많지 싶네요..
나아지겠지 하면서 사는데도.. 월급쟁이로서 나아지길 바란다는게.. 현실에 좀 어울리지 않는듯 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 지금 제 상황이 그나마 경제상황에 비쳐볼때 안전하다는 생각도 들기도 이 생각 저생각 많이 드네요..
빌게이츠 아시죠 ?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한 사람이요.. 그 분이 지난번 어느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한 10가지 말했는데.. 그중에 한가지 기억이 남네요.. " 인생이란 원래 불공평한것이다. 현실에 불평할 생각하지말고 그저 받아들여라" 라고 하는데.. 가슴에 와 닿으면서도 쉽게 행동되지가 않는 부분이지요..
그나마.. 오랜기간을 혼자 살다보니까.. 나름대로의 자립심도 생기고, 사는 철칙도 생기고, 그렇게 되네요.. 표현은 안해도 이나마라도 성장하게 된거 감사드려요..
고등학교때 공부 안한것을 후회해 본적이 딱한번 있네요... 지난번에 말했던 친한동생이 평일에 전화와서 "휴가 내고 오늘 골프치러가자고" 친구하고 저한테 연락을 했었는데.. 친구랑 그때 처음으로 그생각을 했더랬지요... 우리 고등학교때 신나게 놀때 제 공부해서.. 서울대 의대 간거다.... 돌이킬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도 나름대로 고생해서 대학원까지 나오지 않았냐... 하면서 회상을 해본적이 있더랍니다 ..
그래서 저는 결혼을 아직까지 할생각도 없지만... 하게 되더라도 정말로 애는 낳고 싶지가 않네요... 정이 없어서도 아니고, 내 자식이 싫어서도 아니지만.. 애 때문에 한평생 바쳐야 하는 그런게 싫답니다..
저 미국갔다와서 바로 엄마랑 맥주한잔 먹으면서.. 예전 엄마 결혼하기 전 이야기 해주셨지요.. .. 엄마도 가끔 그런생각하실거라 생각해요... 그때 큰외삼촌이 소개시켜주는 분 만났으면.. 지금 사모님 소리 듣고 다니실텐데... 하는 생각요... 아빠가 돌아가신게 13년이 되가나요 ? 아빠의 당시 마음을 이해못하는건 아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는 내심 엄마가 재혼을 하시길 바랬지요.. 그냥...살면서.. 아빠의 정이라는걸 많이 못받고 자란듯 싶어서요.. 제가 공부는 안했어도 책을 많이 읽는답니다.. 특히나 심리학, 정신분석학 이런책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주말에 혼자 책읽으면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좋기도 하구요.. ) 근데 거기에 보면 어릴적 정신세계가 이루어지는 그 순간이 평생을 좌우한다는거.. 저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느끼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잘못된 시간들을 책을 통해서 고쳐 나가면서 사는거랍니다..
말이 길어지네요.. 업무시간인데.. 그리고 형하고 저를 보면... 글쎄..둘다 열심히는 사는데.. 아직도 벽이 쳐져 있답니다... 이 벽이라는게 어릴적 쳐진벽이라서.. 이건 허물기가 싶지가 않은벽이랍니다.. 나름 예전보다는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형도 저도 어색한게 많지요.. 그나마 둘다 술을 먹으면 가끔씩 전화는 하지요.. 그래서 서로의 신세에 대해서 한탄도 하고 그런답니다..일단은 형이 장남으로서 자리잡고 잘 사는 모습에 존경을 표하지요..
내년에는 좀 나아져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답안은 없답니다.. 그래도 결국은 내가 짊어지거 가야할 짊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다닙니다.. 아니지.. 즐거워 하려는 마음이요...
제가 집에서 나올때 현관옆에 제 철칙 10가지를 적어놓은게 잇는데... 그중 3번 4번이 이거에요..
3번 : 가진게 없으니 잃을것도 없다.. 자신있게 살아라..
4번 : 그러나 가진게 없으니 가져야 한다.. 열심히 살아라..
그리고 마지막 10번이 : 그래도 항상 웃으면서 살아라.. 이겁니다..
스트레스는 받고자 하면 무궁무진하게 받을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 그 자체는 나쁜게 아니랍니다.. 거기서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좋은 스트레스가 되느냐 아니면 나쁜 스트레스가 되느냐 하는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엔돌핀이 호르몬 이름이지요.. 이게 좋게 분비가 되면 활력소가 되는거고 나쁘게 분비가 되면 독이 되는것입니다..
정말 많이 길어졌네요... 점심 드셔야겠네요.. 맛있게 드세요..
아들 충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