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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9 새벽 첫버스 첫 지하철~

어제 오랜만에 한잔하고 시간이 좀 늦었습니다.. 집을 분당으로  이사 온 이후로 조금만 늦으면 택시를 타야하는 사태가 벌어지네요..

예전 일산 살때도 택시비 엄청 나왔는데.. 저 처럼 술 좋아하는 사람한테 자정을 넘기는 시간은 유혹과 결정의 시간입니다..

더 먹어야 하나... 버스타고 집에 가야하나.. 어제는 과감히 택시 탈 생각으로 좀 먹었습니다...

술을 다 먹고 파할즘  되니 새벽 2시정도 된거 같습니다...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타려 하는데... 웬지 좀 걷고 싶은 생각이 들어라구요..

조금만 걷다가 택시 타자는 생각에... 걷다보니... 문정역이 나오더라구요... 참고로 강남역에서 술 먹었습니다...

워낙 걷는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술 먹고 걸으니 머리가 띵 해오데요..

오면서 신나게 달리는 차들을 보면서... 저들은 이 시간에 어디를 향해 달리는 걸까... 저들도 나를 보면서 이 시간에 저렇게 걷는

이유가 궁금하리라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정말 정처없는 나그네 처럼 걸었답니다... 밤이 되니 날씨도 쌀쌀하구... 인적도 드물고..

하여간 더 이상은 걷지 못하겠다 싶어서... 문정역에서 택시를 타려고 보니... 웬걸요~ 버스가 지나가네요... 사람을 태우고...

시간을 보니 새벽 4시 30분이더군요... 길을 건너서.. 버스전용차선으로 들어선후 정류장에서 버스 시간표를 살펴 보았습니다...

깜짝 놀랬더랍니다... 동대문에서 분당가는 첫차가 이미 3:20분에 있더라구요.. 술이 올라오는지 머리도 어지러워 지고... 힘도 들고

속는셈 치고 기다려보자는 생각에..한 10분 기다렸나봅니다...

웬걸요~ 9403 이었던가... 버스가 오더군요... 그 시간에 정차하는 버스는 그 버스 한대인가 봅니다....

기사분이 안녕하세요~ 첫차입니다... 라는 말을 하시더라구요... 더욱 놀란건..... 그 버스 만석이었습니다.. 제가 탓을때 45인승 버스로

알고 있는데.. 공석이 3-4석 밖에 없었습니다... 젊은 사람은 저 포함 3명정도 되고.. 나머지는 지친 얼굴에 어르신들 이었답니다..

어쨋든 자리에 앉아서 가는데.. 저희집이 정자동인데 거기를 지나가지는 않나봅니다.. 노선도를 살펴보고 있자니.. 어느새.. 모란시장에

다다랐습니다.. 버스에 반은 내리시더군요... 오늘 일요일입니다... 왜 이 시간에 모란시장에 저리 많은 분들이 내리시는지 궁금했더랍니다..

버스 단말기가 말썽을 일으켰는지.. 모란시장에서 잠시 정차를 하더군요... 환승을 하려면 카드를 찍어야 하는데.. 단말기가 말썽이라

사람들이 내리지를 못하더랍니다... 창 밖을 보니..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굉장히요... 문정역까지 약 2시간을 걸어오면서 봤던 사람들보다

모란시장 사람들이 훨씬 많았더랬습니다.. 사연들이 있겠지요...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기사분이 단말기를  주먹으로 치더군요... 역시 메이드 인 코리아 인가봅니다.. 몇 대 맞으니 정신을 차리고 작동이 되더랍니다...

그리고 다시 출발을 해서... 전 서현역에 내렸습니다.. 막상 내렸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집까지 지하철 두정거장인데.. 택시를 타기도 싫고..

사실 싫은건 아니지만 지금 탈거라면 아까 아까 타고 왔겠지요..... 하여간 서현역을 찾아 갔습니다.. 분명 서현역에 내렸는데..

역이 안 보입니다... 근처 택시기사분한테 물어보니... 웃으면서 바로 뒤에요~~ 하시더랍니다..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서 벤치에 앉았습니다... 핸드폰으로 지하철 첫차를 보니.. 5시 39분 선릉 출발로 되어 있더군요... 근데 그 당시 시간이

5시 49분... 지하철 안내문구를 보아하니... 보정행 한티역 접근 이렇게 써있더라구요.... 아 저것도 첫 지하철 이구나...

앞으로 한 20분은 더 기다려야 하겠구나..... 하면서... 벤치에 앉아... 어질한 머리를 꽂꽂이 세우고 눈을 감았습니다...

한참이 지난후에... 지하철이 도착했습니다...또 놀랬더랬습니다... 첫 지하철 일요일에.. 자리가 없습니다... 승객들이 서서 갑니다..

연령대는 아까 9403 첫차와 마찬가지로... 늙으신 어르신들입니다...아...

20분을 기다려서 탄 첫 지하철을 타고 두정거장을 가서 내렸습니다.. 저 내리는곳에서 어르신들이 많이 내리더군요...

밖으로 나오니.. 이미 아침이 밝았고... 어르신들은 각자의 갈길을 향해 바쁘게 발걸음을 하셨습니다...

저 또한 너무나 피곤해.. 집에 들어오자마자 누웠습니다... 한 두시간 잤나요... 내리쬐는 햇살이 눈을 뜨게 만들더랍니다...

그리고  그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사연을 많이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저였습니다... 이 세상에 완전한 행복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첫버스.. 첫 지하철 타시는 분들... 나름 사연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누구는 술을 먹고 첫 차를 타는 반면... 누구는 생계를 위해서

첫차를 타야 합니다... 불쌍하다거나... 연민을 불러 일으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정처없이 시작한  도보회귀가 결국은 첫차를 타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편찮으신 가수 방실님의 노랫가사가 생각나네요.... 첫차에 몸을 실고 .. 꿈도 실고.......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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