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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2 버림 떠남 가져옴 (6탄) - 타인을 믿어라..

어제가 여기날로 할로윈 데이였죠 ? 저녁에 해가 지니 귀여운 복장의 아이들이 초인종을 연신 누르면서 사탕을 달라고 졸라대네요.. 얼마나 아이들이 많이 왔던지 준비했던 큰 봉지의 사탕 5개정도가 금방 봉이나고 스니커즈까지 한박스를 풀고 나서야 초인종소리가 줄어드는것 같았습니다..

그 전에 오후즘에 시장조사겸 다녀왔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점원이 저한테 말을 걸었네요 .. 

"오늘 할로윈 데이인데 뭐할거냐 ? "

" (한참을 생각하다가) 너랑 놀거다 .." 그랬더니..  같이 같던 사람들 배꼽이 빠지게 웃더라구요..

근데 중요한건 이 아이가 진짜로 받아들인겁니다.. 진짜로 어디서 만나냐고 묻더군요...

아 난감한건지 쑥쓰러운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말은 내뱉었으니.. 있다가 스시집으로 오라고 주소랑 레스토랑 전화번호 알려주었습니다..

 
저 친구 입니다.. 할로윈 복장에 할로윈 분장까지 완벽히 갖추고 있었더랍니다.. 하여간.. 같이 간 일행들은 돌아가면서 내기 아닌 내기를 했습니다. 저녁에 저 친구가 온다 안온다에 대해서 말입니다.. 전 당연히 혼자서 안온다에 걸었고.. 저를 뺀 나머지는 모두 온다에 걸었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제가 아직도 미국인을 잘 몰랐던거죠...)

우리 흔히 그런말을 하지요 .. 오 친구 오랜만이야... 언제 만나서 한잔 해야지... 언제 한번 보자고... 조만간 연락할께.. 이런말에 익숙한 저로서는 실상 그냥 주고받은 이야기라 생각을 했습니다 .. 

저녁에 정말로 친구와 함께 오더라구요 .. 아까의 나비는 벗어버리고 숙녀의 모습으로 와서는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같이 온 친구는 자기랑 온게 아니고 자기도 거기서 남친과 만나기로 했다 하더군요..) 하여간 스시바에 앉아서 둘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나 몇년을 사용하지 않은 영어라서 그런지 쉽게 대화가 안되다가 역시나 술이 한잔 들어가니 술술 풀리더군요.. 근데 미국애들도 폭탄주가 있더라고요... 사케밤 (sake bomb) 이라고 하더군요.. 말 그래도 맥주에 핫사케를 넣어서먹더라구요... 사케밤 한잔... 소맥 한잔 하다보니.. 둘은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더랍니다.. 친구라... 나이를 물어보니.. (23살이란다...)  정확히 띠동갑이다... 전세계 공용인지 나보고는 내 나이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그렇게 분위기 무르익어 가는데.. 아까 처음에 같이 들어왔던 친구가 같이 클럽을 가자네요... (아이고 한국에서도 시끄러워서 가면 조용이 샌님처럼 맥주 먹다 나오는데... 조용한곳에서도 잘 들리지 않는 영어를 클럽에가서까지.. 하는 생각에 이걸 어떻게 거절을 한다 하는 생각에 술이 번뜩 깨버린다) 근데 결국 거절 못하고 클럽 가벼렸습니다...

하여간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이게 아닙니다.... 집에 돌아오는길에 차에서 생각해본건데요 .. 내가 내 자신한테 너무나 많은 벽을 쌓고 살지는 않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웃는척 친절한척 다하면서도 속으로는 이것저것 재면서 쉽게 믿지 못하고 나아가서는 의심을 하면서 머리아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거 버리기 위해서 온 것인데 이제야 처음으로 찾았나 봅니다... 뭔가를 버려야 하고 뭔가를 얻어가야 하는지를요...

남 믿지 못하고 남 의심하는거.. 이득 될게 없습니다... 제가 많이 해봐서 알거든요.. 지금 당장 제가 그걸 다 버릴수 있다면 전 인간이 아닙니다.. 컴퓨터 이겠지요... 하지만 왜 버려야 하는지를 알았기 때문에 버릴수 있을것입니다..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마음 버리고 가겠습니다.

또한 반대로 그냥 믿어가면서 때로는 속으면서 살겠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속이고자 작정을 한다면 왜 못 속이겠습니까 ? 또 그걸 파헤친다고 인생에 도움도안될일 해봤자 결국 남는게 뭐가 있을까요 ? 이미 누군가는 속고 속임을 당한후일겁니다..

그러니 타인에 대해서 믿으면서 때로는 속으면서 그렇게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가져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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