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고 정확히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몇년 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그러고 보니까 미국 체류시절이기는 하네요...

학비마련을 위해서 레스토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을때지요...

큰 레스토랑도 아니고.. 조금한 일반적인 레스토랑인데..

매일 같이 식사후에 이 에스프레소를 드시던 분이  계셨더랍니다...



백발이시고.. 가끔 부인을 대동하기도  하지만 거의 혼자 오셔서  식사하시고 신문읽고 마지막에 꼭 주문을 해서 에스프레소를 드시던분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용기를내서 물어보았더랬지요...

" 그 쓴 커피가 맛이 있나요 ?'

" 한번 마셔보겠나 ?

" 아니요.. 지난번에 한번 마셔봤다가 한모금 마시고 버렸어요..."

" 그럼, 설탕을 좀 타 먹어 보게나.."

커피에 설탕을 타 먹는다는것은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촌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분 이야기대로 약간의 설탕을 넣고 먹어보니 신맛,  쓴맛, 단맛이 어우러져  배고픔을 달래줄 정도의 맛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 분은 항상  더블샷을 시켜 드셨다...이제 얼굴도 익숙해지고  해서 또 말을 걸었다..

" 왜 당신은 설탕을 타먹지 않나요..."

" 시간이 흐르고 자네가 커피맛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것이야 , 억지로  커피의 쓴맛을 먼저 느끼려고 하지 말게나 "

그렇게 해서... 저는 아침이고 저녁이고 매장에 오게 되면 에스프레소를 직접 한잔씩 빼먹었습니다..

처음에는 빈속에 먹으면 속이 쓰리더니... 점점 안먹으면 허전해지고, 일반 커피는  점점 멀리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는 한 한달정도 모습을 안 보이시던  노신사분이 다시  오시더니... 저에게 선물을 주시네요..

시애틀 아들한테 다녀오다가 제 생각이 나서 하나 사왔답니다..

아시는 분들 아실거에요... " 시애틀 베스트 커피 "


자기는 집에서 이거만 갈아 먹는다고 하더군요... 너도  집에서는 이걸 한번 먹어보고... 그리고 좀더 많은 커피를 즐겨보라고...

술과 와인 밖에 모르던 저에게  커피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필요에 의해서 먹었고,  필요에 의해서 찾게 되었던 이것들.....이제는 하나의 동반자로 자리를 잡은것 같습니다... 인생의 동반자라고 하기에는 아직 더  많은 느낌을 받아야 하겠지만...

아침일찍 일어나 하루일과를 정리하면서 마시는 이 에스프레소 한잔은  저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회상을 가져오게 하는 하나의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와인도 그러하겠지만.. 커피또한 그러한듯 합니다... 알고 마셨을때 그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요... 하나하나에 추억을 담아 마시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주를 마무리 하는 금요일입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