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 제주에 있어도 연말이 되면 연락이 뜸했던 친구 내지는 지인과 연락이 됩니다. 단체문자를 보내오는 경우도 있고, 회식자리에서 술 먹고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고, 연말 따스하게 보내라면 커피쿠폰을 보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글 쓰는 이 사람도 연말 연시를 핑계삼아 연락을 못 했던 관계에 살짝 초인종을 울립니다.

술먹고 전화를 한 동창은 그 옛날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꺼내며, 같은 한국땅에서 뭐 이리 만나기 힘드냐는 투정을 하기도 하고, 문자로 잘 사냐를 묻는 친구에게는 '나야 뭐, 똑같지.' 라는 전형적인 답변을 보내기도 합니다. 커피쿠폰을 보내준 선배한테는 '커피쿠폰 잘 모았다가 다음번에 술로 보답하겠습니다' 라는 답장을 보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올 한해를 시작하면서 사람들과 좀더 수월한 관계를 가지겠다는 약속들을 하셨을 겁니다. 뭐 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저 자신은 그랬네요. 가장 가까이에는 아내부터, 물리적으로 가장 멀리 있는 미국의 형님까지 두루두루 관계에 구리스를 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또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나름 잘 지켜오고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테이프를 뒤로 더 감아 10년전의 이 사람과, 지금의 이 사람의 관점과 마인드는 너무나 달라져 있는 것 같습니다. 좋다 나쁘다의 관점이 아니라, 이게 맞는 길이다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것 같아요. 누군가의 관점에서는 맘에들지 않을수도 있고, 또 누군가의 관점에서는 수긍이 갈수도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것은 자신만의 관점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큽니다. 나만 알고 사는것과, 나를 알고 사는것은 한글자 차이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 라고 하시지만, 알면서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게 바로 나라는 관점입니다.

다른사람, 즉 타인이 나를 인정해주거나 칭찬을 해주면 우리는 우쭐해 집니다. 반대로, 그 타인이 나에 대한 비평을 하거나, 지적을 하면 그게 맞는 말일지언정 기분이 언짢아 집니다. 그 예전 책에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했습니다만 정작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칭찬이 아닌, 본인 자신의 칭찬입니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본인 자신을 칭찬해서 기분이 좋을때 우리는 성취감이라는 것을 얻습니다. 근데 그걸로 끝내지 않아요. 나만이 아니라 다른이들도 나를 칭찬하고 인정해 주기를 바랍니다. 자기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은 긍정적이고 에너지를 주는 사람인 반면,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부정적이고, 기운빠지게 하는 사람이라고 판단을 합니다.

그렇게 저렇게 우쭐거리기도 했다가, 기분이 다운되기도 하는것은 거의 타인 탓으로 돌립니다. 그러니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 할수밖에 없습니다. 살다보면, 그리고 사람관계를 하다보면, 당연히 나에게 맞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기준점입니다. 자신의 기준점이 마치 모든 인간의 기준점인것 처럼 착각을 하고 살기에 관계에 모순이 생기게 됩니다. 타인은 타인의 기준점이 없을까요 ? 우리 모두는 나름의 합당한 기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그 기준점을 자기 기준에서 세우는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준에서 세우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에 힘든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오늘은 이 기준점을 가지고 있다가, 내일은 또 저 기준점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걸보는 타인은 또 그걸 따라 합니다. 그러다가 묻습니다

' 넌 누구냐 ?'

근데, 아이러니 한것은 사람 사는 공간이라 계속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누가 살아갑니까 ? 내가 살아갑니다.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작 필요한것인 누구이고 무엇일까요 ? 타인이요 ? 그것도 맞아요. 인간은 홀로 살아갈수는 없으니까요. 어느정도는 수긍하고, 어느정도는 인정하고, 또 어느정도는 이익도 보고, 또 어느정도는 손해도 보고 살아가야 합니다. 나만 잘났고 나만 잘 사는 것은 없습니다. 그건 신이라도 거부할만한 일입니다.

우리 인생에 가장 필요한것은  우선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을 잘 돌이켜보고 아껴주고 사랑할때, 그래서 내 자신이 굳건해 질때 비로소 그 올바른 기준점이 잡히게 됩니다. 그러면 타인의 행동이나 모습도 전 처럼 보이지는 않을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민은 보통 타인을 향해 하는것으로 아는데,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연민이 먼저입니다. 연민과 동정은 또한 매우 다른 것입니다. 연민은 평행선상에서 본다 치면, 동정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것입니다. 지나친 자기자신에 대한 과신은 나르시시즘을 불러일으키고, 지나친 자기 비판은 우울감을 만들어 냅니다.

오늘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것은 나에 대한 연민과 그를 통해서 나 자신을 알게 되는것입니다.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글쓴이가 이 글 썼다고 알게되는것도 아니고, 이글을 한번 읽고 '그런가?' 하고 느낀다고 알게되는것도 아닙니다. 마음속에 간직하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내가 노력하고 당신이 노력하면 이미 두사람은 노력중입니다. 그 당신의 노력이 또 다른이에게 옮겨가면서 우리의 관계적 마음이 좀 더 둥그스름 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인생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우선 내 자신, 당신 자신입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만 보아주세요. 군더더기는 버려버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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